수백만 팔로워들에 비난 받을까 부담…섭외비용 억대 '훌쩍' 국내 면세점 자산가·보따리상 유도해 객단가 높이기 집중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국내 시내면세점들이 조심스럽게 중국 유명 블로거들(왕홍)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태 이후 발길이 끊긴 중국인 관광객들을 모객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지만 아직 상황이 해소되지 않아 국내 면세점과의 접촉 자체를 꺼리고 있어서다.

국내 면세점들도 중국에서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최소화하고 있어 대부분의 작업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말 국내 한 면세점은 이례적으로 중국 블로거를 초청해서 VIP쇼핑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이를 보도자료로 배포해서 알렸다. 이를 두고 면세업계에서는 최근같이 중국 네티즌들을 자극하면 안되는 시기에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中 블로거 '모시기' 비용, 수억원대 '훌쩍'…파급효과 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이 중국에서 유명한 블로거를 1회 섭외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최소 3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팔로워 수백만명 이상을 보유한 'A급' 블로거가 아닌 수십만명대의 블로거를 섭외할 때 드는 비용이다. A급으로 분류되는 블로거를 섭외할 때는 최소 1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항공편과 호텔, 안내, 식사 등 모든 패키지를 제공한다.

많은 비용이 드는데도 각 면세점마다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파급효과 때문이다. 이들이 게재한 게시물은 다른 마케팅 수단과 비교했을 때 효과도 빠른 편이다.

면세점을 중심으로 코스를 구성한 뒤 제공할 경우 곧바로 '패턴구매'로 이어져 고스란히 수익으로 연결된다.

이들을 잡기 위해 국내 면세점들은 호텔룸쇼, 와인 파티와 같은 럭셔리한 체험부터 지역의 숨은 맛집 방문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한다.

일부 블로거들은 자신이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중국 현지에 생방송하기도 한다. 블로거가 사전에 방송의사를 전할 경우 국내 면세점은 구매패턴과 동선을 미리 구상해서 제공한다.

사드 사태 직후 대부분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키기 시작했을 때 국내 면세점들이 가장 먼저 강화한 마케팅 수단도 유명 블로거들을 초청하는 작업이었다.

국내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자체 조사를 해봤을 때 중국인 유명 블로거 10여명을 초청하면 이들의 게시물을 보는 이들의 수는 1억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한다"며 "중국 정부차원에서 한국 관광을 막고 있다보니 모으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분간 움직이지 않을 듯"…객단가 높은 VIP고객 집중

중국 블로거들이 한국 관광 자체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자 국내 면세점들은 블로거 섭외 자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보는 눈이 많아 팔로워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부담감에 한국 면세점과의 접촉 자체를 꺼리는 것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유명 블로거들에게 웃돈을 주겠다고도 해봤고 더 긴 기간 좋은 조건으로 초청도 해봤지만 부담스러워 움직이지 않았다"며 "인지도가 높은 블로거일수록 더 조심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섭외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국내 면세점들은 전략을 바꿨다. '퍼스널쇼퍼'라고 불리는 객단가가 가장 높은 중국인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

퍼스널쇼퍼로 분류되는 고객들은 1회 쇼핑을 할 때 손쉽게 수억원까지 지출하기도 한다. 퍼스널쇼퍼 1명이 일반 중국인 관광객 수십명분의 지출을 하는 만큼 이들에게 더 돈 쓰기 좋은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해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줄어든 만큼 여유로운 환경에서 쇼핑해 객단가를 늘리기 좋은 환경도 만들어졌다.

아울러 '보따리상'을 끌어들이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만큼 수익이 많이 남지는 않지만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면세점 외국인 고객수는 106만4279명으로 1년전 184만1776명에서 42.6% 감소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출은 6억8856만달러로 전년동월(6억2456만달러)보다 늘었다.

외국인 1인당 매출이 2배가량 뛴 것인데 이는 보따리상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면세점 관계자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블로거를 영입해 다수의 관광객을 유치하기보다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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