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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는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실제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에 내려갔던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사복 씨'의 생사는 현재 확인할 수 없는 상태. 역시 실화 주인공인 독일 기자 故위르겐 힌츠페터도 그를 찾기 위해 서울 택시회사 등을 돌며 수소문했지만, 끝내 '김사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송강호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김사복 씨'의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해냈다.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택시운전사' 제작진이 '김사복 씨'를 찾아다녔던 사실과 배우로서 나름대로 '김사복 씨'의 존재에 대해 상상해온 것들을 이야기했다. 

"김사복 씨로 알려진 그분이 살아계신지, 돌아가셨는지 모릅니다. 나이대는 대충 나왔는데, 그래서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높아요. 40년 가까이 지났으니까요. 나이대는 지금의 저와 비슷한 나이가 아닐까 예상합니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요. 제작진이 촬영 전에 여러 각도로 그분을 다각도로 찾아봤다고 해요. 찾아봤는데, 그런 분은 안 계셨대요. 동명이인 분들이 여러 분 계셨는데 그분들은 아니고, 이분은 가명을 쓰신 거겠죠. 이 설이 유력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영화 속에서처럼 현실에 어떤, 두려움이나 이런 것들 때문에 가명을 썼다는 설에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 같아요."

송강호가 그리는 만섭의 캐릭터는 전형적인 소시민에 가깝다. 데모를 하는 대학생들을 욕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기에도 빠듯한 살림 탓에 다른 사람의 일에는 도무지 고개를 돌릴 여유가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는 광주에 데려가 주면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외국 손님의 제안에 아무것도 모른 채 운전대를 잡는다.

"제가 연기한 김만섭이라는 인물은 성격적으로 창조된 인물이지만, 기본적인 마음은 그분과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그분 역시 영문을 모르고 내려갔을 것이고, 힌츠페터를 도와서 탈출하게 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택시운전사'의 포스터가 막 나왔던 시점, 한때 SNS에서는 "송강호가 웃을수록 영화는 더 슬프다"는 말이 나왔다. 가슴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기에 어느 정도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송강호는 "'변호인' 때도 활짝 웃는 모습이 담긴 포스터였다"며 "관객들이 아마도 이를 기억해주시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부러 웃도록 연출된 포스터는 아닙니다. 촬영 현자에서 찍은 스틸 사진인데, 이 영화의 지향점이 그런 것 같아요. '80년 광주의 아픔을 되새기자, 기억하자'라기보다는 어떻게 우리가 그 아픔을 극복해왔나. 그 힘이 뭔가. 김만섭과 황태술 같은 광주의 숱한 택시기사를 비롯한 시민들,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적인 가치관,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아픔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 그 비극 속에서, 아픔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분들의 희망섞인 웃음과 밝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송강호는 다른 배우들이 그렇듯, 자신도 출연작을 쉽게 잘 못 보는 편이라고 했다.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는 없다"는 것. 늘 관객들에게 변함없는 감동을 주는 '대배우'다운 발언이었다.  

"제 영화를 잘 못 봅니다. 민망하고 부족한 점도 잘 보이고요. 비단 송강호만 겪는 게 아니라 다른 배우도 마찬가지예요.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연기를 떠나 이 작품의 함의가 있다면, 그래도 그것이 관객들에게 전달이 잘 되고 있는 것, 또 연기자들의 진심이 전달된 점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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