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수출기업인 간담회…"중국 수출 여건 악화"
현지 거래처들 "상황 지켜보자"…"신속한 대응 마련"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B2B(부품소재), B2C(소비재),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중국 수출 중소기업 관계자 등과 '대(對)중국 수출 중소기업 간담회'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2017.3.9/뉴스1

중국의 사드 보복이 수출 중소기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 영업중지와 같이 눈에 보이는 형태가 아니라 은밀하게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이 상황을 버틸 체력이 부족해 우려를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9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연 '對중국 수출 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대부분은 중국 수출 여건이 이전보다 악화됐다고 성토했다.

K팝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수출 실적 70%를 거두고 있는 A기업 대표는 "작년 말 중국 온라인쇼핑몰인 티몰에 입점하려고 보낸 물품 5521건이 중국 세관에 압류당했다"며 "티몰 운영자업체인 알리바바도 해결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물품 개별 수입자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던 선례를 깬 것이다.

이어 A기업 대표는 "우리처럼 한류 수혜를 받기 위한 기업은 현지 사인회가 마케팅의 주요 수단"이라며 "하지만 최근 사인회를 비롯해 각종 행사를 전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장품 원료 소재를 개발하는 B사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매년 중국에서 두 차례 열리는 대형 화장품 전시회를 통해 거래선을 구축해왔다. 올해는 이 성과가 불투명하다.

B사 대표는 "이달 예정된 전시회 참가를 일단 연기했다"며 "그동안 허가받지 않은 제품도 전시회 성격상 소개하는 게 관례였는데 지난달 전시회의 경우 주최 측에서 이를 막았다"고 말했다.

참석 기업 대부분은 중국 현지 파트너로부터 '이 상황을 지켜보자'는 식으로 사업 연기 통보를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작년 투자를 늘린 기업 대표들은 이같은 파트너 태도 탓에 불안감이 커졌다. 올해 사업계획을 잡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간담회에서 나왔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의 주요 영업대상 중 하나는 중국의 파워 블로거인 '왕홍'이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소개하거나 평가하면서 상당한 소비층을 만든다. '왕홍 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상에서 사드 배치 전후 반한 감정을 확산하는 사진, 글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대기업에 화장품 원료와 제품을 납품하는 C사 대표는 "왕홍에게 지원까지 하면서 자체브랜드를 키워왔다'며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 제품에 대한 폄하 글, 사진이 유포돼 왕홍의 태도도 변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기업 대표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온 비관세장벽은 '인증 문제'다. 중국은 제품에 대한 인증 규제가 엄격한데 국내 기업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기업 규모가 작아 준비가 어렵고 정부 지원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인증이 '사드 보복'과 같이 의도적인 수출 장벽으로 보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위생허가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아용품을 수출하는 D기업 대표는 "작년 상하이 법인을 만들고 중국을 오가면서 느낀 어려움은 세관과 인증"이라며 "인증 통과가 될 때와 안 될 때가 너무 달라 이번 사태(사드 문제)로 인해 인증 문제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날 중기청은 보호무역 모니터링 체계를 중국 대응 특별팀으로 격상하고 수출기업에 대해 밀착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또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청요건에 보호무역 피해기업을 추가한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중국 수출구조는 중간 자본재 위주여서 상호이익적인 교역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기업들의 애로 발생 시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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