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뉴시스 문화부장

   
 
바람을 피우는 남자의 10가지 주요 핑계는 욕정, 아내에 대한 흥미 상실, 더 많고 다양한 섹스를 원하는 성적인 문제, 가사와 육아에만 몰두하는 아내, 다른 여자의 육탄 공세, 파트너의 성적 매력 부족, 쫓고 쫓기는 스릴, 아내의 바가지, 아내와 의사소통 불가, 나이들기에 대한 저항에 따른 손쉬운 자존심 회복 수단이다.

그렇다면 바람을 피우는 여자는? 외로움, 의사소통 부족, 매력적인 여자라는 자신감 상실, 남편의 인정 부족, 자기 자신에만 몰두하고 콤플렉스가 너무 많은 남편, 침실에서의 로맨스와 성적 흥분 부족, 단조로운 일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 직장뿐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멋진 여자라고 스스로 느끼고 싶은 마음, 판에 박힌 생활에 대한 권태, 적기에 생긴 불륜 기회다. (앨런 피즈·바바라 피즈, ‘밝히는 남자 바라는 여자’)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준말이 ‘간기남’이다.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라는 눈길 끄는 카피는 16년 전 일찌감치 나왔다. 당시 인천지방경찰청 형사기동대 조사실장(경위) 구무모(62)씨가 내놓은 책 이름이다. 그는 33년 동안 3000여건에 이르는 간통을 수사했다. 실제에서 이론을 도출, 연역적 간통학 박사의 경지에 이르렀다.

구씨는 간통과 관련한 사회의 지레짐작을 경계한다. “간통죄 존속이 여성을 보호한다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한국사회에서 간통죄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법적 조치인지…. 간통을 저지른 남편을 참아 넘기는 아내가 7할이 넘는 반면 남편은 자기 부인이 간통을 저지르면 백이면 백, 고소에 들어간다”는 증언이다. 또 “간통죄가 기형적으로 이렇게 오래 존재하는 이유로 남편들의 마음속에 ‘부인의 간통’에 대한 두려운 무의식이 아직도 도사리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짚는다.

간통이 일으키는 감정의 변화도 정리한다. 간통을 알았을 때 마땅히 ‘분노’라는 1차적 감정만 들끓어야 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미련’이라는 심리가 뒤따른다. 연이어 ‘원망’이라는 2차적 감정만이 고개를 들어야 할 때 울화통 터지게도 ‘자책’이라는 심사가 반짝 눈을 뜬다고 설명한다.

간통은 밥이기도 하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는 ‘늘밥’, 사이사이 출출할 때 생각나는 ‘샛밥’의 상호작용이다. ‘집밥’과 ‘바깥밥’도 있다. 간통에서 여자는 샛밥적이고 남자는 바깥밥적이다. 특히, 신체의 구조가 그렇고 섹스의 패턴이 그렇다. 여자는 늘밥과 샛밥을 공유할 수 있는 수용적 기질의 성(性)과 그래도 까딱없는 다중형 무휴지(無休止)의 성적 기관을 타고 났다. 하지만 남자는 바깥밥과 집밥을 동시에 소화시킬 수 없는 기력적 한계와 그래서 늘상 꺼덕댈 수 없는 단발성 요휴지(要休止)의 물건을 어쩔 수 없이 달고나왔다는 지적이다. 샛밥은 들통 비율이 낮고 바깥밥은 발각 빈도가 잦은 까닭이다.

여자는 타고나길 일부종사적이며, 남자는 달고 나길 일부다처적이라는 속설 또는 고정관념이 불식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여자의 일부다부성이 더 과학적인 연구결과요, 아울러 진화생물학적 정론인 것으로 이제는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테일러(1919~2003)의 판단은 다르다. ‘결혼하면 사랑일까’라는 책에서 “생물학적으로 봐도 남성은 1년에 100명의 자녀를 볼 수 있는 충동과 신체적 조건에 있는 반면, 여성은 1년에 한 명의 자녀만 낳아 기를 수 있다”면서 “남성은 일부다처제적 충동을 억누르고 사는 존재”라고 딴소리를 한다.

불륜이 부도덕한 것만은 아니라고도 한다. 인간본성에 비춰 일부일처제는 불가능한 데다 결혼으로 불행한 삶을 보면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 근거다. 살인하지 말란다고 살인이나 전쟁을 막을 수 없듯 간음하지 말라고 한다고 불륜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못박는다.

결혼생활에서는 정조가 중요하다. 그러나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부부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더 심각한 배신이 존재한다. 불륜 탓에 결혼생활이 끝나는 게 아니라 이미 끝난 결혼이 불륜으로 이어진다. “한 번 도 불륜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 심지어 흠집 하나 없는 일부일처제를 자랑삼아 떠드는 사람은 세월 속에서 분명 뭔가를 놓친 이들이다. 고결한 삶을 산다 해도(이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있지만), 아무 유혹이 끼어들지 못할 만큼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면, 진정 축복을 받은 것은 아니다.”<신동립 뉴시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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