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서귀포시 서홍동장

세상을 살다보면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급한 일들이 많다. 깜빡이는 신호등을 보며 횡단보도를 반드시 건너야 하는 일, 이런 일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다음 신호에 길을 건너도 되지만 어찌되었건 너무나 급한 일이다.

또 살다보면 이와는 반대로 별로 급하지는 않지만 참으로 중요한 일들도 있다.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우정을 쌓아가는 일,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는 일 등. 이런 것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가치를 지닌 중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급하지 않다. 나의 건강이, 주위 사람과의 우정이, 나의 가정이 하루 이틀의 노력과 열정으로 나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급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을 일상 속에 묻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더욱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환경에 대한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단지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눈에 띄는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환경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 왔다.

각 기관 환경 담당자에서부터 생활현장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시민에 이르기까지 환경은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세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과 직결되는 이토록 중요한 문제인 환경이 말이다. 환경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알고보면 오늘날 주요 환경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의 위기는 더 이상 미루거나 방치할 수 없는, 지금 바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참으로 급한 일이다.

횡단보도를 한 참에 건너야 하는 일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급한 일인 것이다. 북극곰의 절규는 바로 지금부터 우리가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정말 중요하면서도 급한 일이다.

자리돔 주산지가 남해안 북쪽으로 옮겨간 것, 동해에 살던 명태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 이제 이런 것들에 대한 해결을 더 이상 뒤로 미루어서는 안되는 지극히 시급한 사안이 되어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환경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친환경기업 물품을 우선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탄소포인트제 가입 등과 같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에 의한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요즘 제주도 전역에 도로확장 공사나 포장공사가 끊이지 않고 매년 반복되는 것을 본다. 반면 제주의 자랑인 ‘올레길’이 이번달 완성된 시점에서 보면 환경과 개발이 과연 공존 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경제개발이 없이는 더 나은 생존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다만 앞으로 행정에서 더욱 “녹색성장”에 중점을 두어 비록 급하지 않더라도 후손들의 소중한 미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갔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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