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런트 박수진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뉴시스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데뷔 때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숙소에 갇혀 있었어요. 하지만 연기자가 된 후 혼자 지하철도 타고 여행도 가며 평범하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벽을 깨고 있어요."

2002년 '슈가'로 데뷔해 그룹 내 '미모'를 담당하며 남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탤런트 박수진(27)이 어느덧 데뷔 10년째를 맞이했다. 강산이 변한만큼 박수진도 부쩍 성숙해졌다. 어리고 귀여운 이미지에서 한층 여성스러워졌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하며 겪은 마음고생도 그녀를 더욱 어른스럽게 만들었다.

'극의 흐름을 깬다', '국어책 연기', '발 연기' 등 박수진은 탤런트 초기 연기력 논란을 늘 달고 살았다. MBC TV '선덕여왕'과 KBS 2TV '꽃보다 남자' 등 인기 드라마 출연에 따른 꼬리표였다.

박수진은 "사실 가수 출신 연기자여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는 것은 핑계다. '선덕여왕' '꽃보다 남자'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드라마에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들어가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그때는 '가수 출신 연기자라 힘든 것'이라고 느꼈다. 내가 연기를 잘했다면 아무런 논란도 없었을 텐데 어린 생각에 편견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다들 날 가수로 봐서 연기력 논란이 일어난다고만 느꼈다. 나는 보통 내 또래의 신인 연기자보다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만 생각했다. 만약 내가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그런 '가수 출신 연기자' 꼬리표는 잠깐 뿐이었을 텐데 말이다."

"좋은 기회가 왔다고 덥석 달려들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좀 더 신중해질 텐데…. 그저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에 실력이 부족했는데 욕심만 앞섰다. 하지만 또 그때의 시련과 고통들 때문에 성숙했다. 처음에 매를 호되게 맞았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는 경지에 이르렀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연기자이지만, 10년 전 박수진의 꿈은 '연예인'이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게 좋아 시작한 연예계 생활이다. 그러다 가수로 활동하며 출연한 시트콤, 드라마 카메오 등을 경험하며 연기에 홀리게 됐다. "가수하면서 연기를 처음 접할 때 겁도 났지만 나에게 맞는 것 같다는 확신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생활이 좋았지만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연기는 깨지더라도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가수를 하면서는 크게 후회되지 않았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연예계에서 아이돌이 가장 바쁘다. 음악도 해야하고 예능도 하고 라디오 행사도 해야한다. 그들은 해야하는 게 정말 많다. 나도 겪어봤지만 표현의 자유에서도 엄격하고 짜인 스케줄대로만 이동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계적으로 일했던 것 같다. 모든 활동이 끝나고 나서 돌아봤더니 그때서야 가수생활에 회의감이 들었다."

결국 박수진은 2006년 5월 그룹을 탈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얼굴이 이미 알려져 있는 상태라 캐스팅이 잘됐다. 하지만 막상 열어 보니 준비도 안 되고 극을 이끌고 나가기에 많이 갖춰진 상태가 아니어서 비난도 받았다. 지금 돌아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연기를 좀 더 배우고, 하다못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습을 좀 더 열심히 했으면 스타트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연기력 논란 앞에서는 그동안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슬펐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열심히 하는데 안 좋은 말을 들으면 충격은 배가 된다. 나 같은 경우 다행히 오기가 생겨서 끝까지 해보자는 쪽으로 작용했지만 만약 독이 됐다면 큰 상처가 된다"고 짚었다.

2009년 '꽃보다 남자'를 끝낸 후 2년간 쉬며 연기의 기초를 다졌다. 출연제의 다 마다하면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갔다. "'선덕여왕'과 '꽃보다 남자'를 끝내고는 드라마를 다시 하기가 무서웠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깨지더라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다. 절실함이 커졌던 것 같다"는 기억이다.

그럼에도 "초조함은 없었다.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시간을 초조하게 보내기보다는 무언가를 더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연기를 안 한다고 해서 그 시간이 절대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나, 드라마 해야 하는데…'라는 강박관념과 집요함이 있었으면 나 자체도 더 그늘이 지고 보기에 안 좋아졌을 것 같다"며 자발적 휴지기를 긍정했다.

박수진은 같은 그룹에서 활동한 황정음(28)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비교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음 언니가 잘돼서 질투가 나냐고요? 언니가 아무 노력 없이 이뤄낸 게 아니잖아요. 저 또한 열심히 하고 기다리면 그런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현실에 대해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더 편하게 얘기해요. 언니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봐서 자존심을 안 세워도 될 만큼 편한 사이에요. 언젠가는 같은 작품에서 만나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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