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이명박 정부와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들과 소통하고 대한민국 국민인 주민들을 보호, 관용하기를 거부한 결과, 자초한 문제다..
대통령과 정부, 해군이 이어도를 빌미로 ‘중국 해양위협론’을 느닷없이 꺼내들고 국민과 제주도민을 겁박하지 않더라도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이 정부가 기본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아주 쉽게 풀린다. 진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기본과 진실의 문제다.

대통령은 제주해군기지의 안보시설 여부, 강정마을 주민동의와 제주도지사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의 위법 여부, 잘못된 계획(15만톤 크루즈 2척 동시접안)에 대한 책임소재만 가려내면 된다.
그러나 대통령이 진실을 보는데 정부, 해군뿐만 아니라 언론까지도 훼방꾼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언론이 진실을 호도해버리면 쉽게 풀릴 문제도 꼬이게 된다.
더욱이 조선일보가 ‘중국의 이어도 해역 무력시위 가능성’을 주장한 것은 무지의 극치요 본색탄로다. 조선일보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나 해양법 학자에게 ‘UN해양법협약’ 제 60조와 제 74조를 문의해 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해군의 주장이 정당하다면 해군기지를 정상적으로 추진하면 된다. 반대할 주민도, 도민도, 국민도 없다.
강정주민과 해군기지 반대 주장이 정당하다면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이를 재검토하면 된다,

1. 제주해군기지는 안보시설이 아니다.

제주해군기지는 계획에서 입지선정까지 13년이 걸렸고 완공까지는 최소한 2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별난 해군사업이다. 이를 정부와 해군은 안보시설이라 칭한다.
더욱이 입지도 계획예정지 화순이 아닌 예비후보군에도 없던 강정이다.
국가안보를 빙자하여 멋대로 아무 때, 아무 땅에나 불쑥 ‘군사기지’ 말뚝을 박아 놓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해군세력의 음모가 제주해군기지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 서남해역을 관할하는 해군 제3함대를 원거리를 이유로 부산에서 목포로 이전한 것이 불과 5년 전인 2007. 11. 15.이었는데 이를 정부도, 해군도 다 잊어버린 게 틀림없다.
한마디로, 제주도 서남방해역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착수 이전에 이미 목포 해군 제3함대가 보호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부산이 아니라 목포다.

· 해군기지 적지는 강정이 아니다. 계획예정지 화순이다.
· 제주해역 남방 EEZ와 해상교통로 보호는 해경 관할이다.
해군 관할이 아니다.
· 목포 해군3함대, 제주해군기지(건설 중), 화순 해경전용부두(계획확정) 역할은 모두 중복된다.

미군기지 제공 이외에는 그 어떠한 이유도, 명분도 없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정부와 해군은 물론 최근에는 대통령까지 올인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국민을 가차 없이 좌파종북 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는 본처를 두고 부사관을 겁탈하다가 들통 나자 옷 벗은 특정사령관만도 못한 비열한 처사다. 이 사령관이 이미 특정사령관이 아니듯이 제주해군기지는 이미 안보시설이 아니다.

2. 제주해군기지는 기망과 사술로 제주도민,국민 모두를 속인 사이비 국책사업이다.
제주해군기지는 입지선정에서 공사 진행에 이르기까지 온통 기망과 사술, 폭력과 탈법의 연결고리로 얽혀있다.

· 주민동의는 강정 유권자 1,050명 중 단 87명의 박수였다.
· 제주도의회는 날치기로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동의해주었다.
· 15만톤급 크루즈 2척 동시 접안은 여론호도용 속임수였다.
대통령은 지난 9일 15만톤급 크루즈 2척 동시접안이 가능하다는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 관광미항) 계획은 잘못된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지난 5년 동안 그의 말을 믿었던 제주도민과 국민을 정부가 속여 왔음을 직접 시인해 준 것으로서 그동안 정부와 제주도,해군이 밝히기를 거부했던 제주해군기지의 모든 진실을 여는 첫 열쇠가 될 것이다.

진상규명, 이것이 강정주민들의 요구였다. 단순했다.
그들은 당초 생명도, 평화도 주장할 줄 몰랐다. 강정의 삶 자체가 생명이요 평화였다. 그들의 주장이 반대로 바뀐 것은 지난 5년 동안 정부, 제주도와 해군이 기망과 사술로 설촌 400년의 강정 공동체를 파괴해버린 대가다.
당당한 국책사업은 국민을 기만하지 아니한다. 강정을 파괴하지 아니한다.
저 혼자 살겠다고 자식을 버린 아비의 속임수만도 못한 비굴한 처사다.
자식을 버린 아비가 이미 아비가 아니듯 제주해군기지는 이미 국책사업이 아니다.

3. 제주해군기지는 제주도가 정부정책 시험용 리트머스시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가 대한민국의 변방 1%, 제주도를 배려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4·3사건, 제주개발특별법 제정, 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 어느 곳에도
제주도민의 주권은 없었다. 정부는 일방적이다. 정부가 필요할 때 제주도를 기억해주면 그만이다.
해군기지도 예외가 아니다. 안보국책사업이라는 가짜 상표를 단 군화 발로 걷어차고 밟아버리면서도 정부 자신은 폭력, 탈법에 대한 자각증상이 없다.

· 진상규명을 애원하는 강정은 난청지역이다.
·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면 무조건 빨갱이다.
· 해군기지 공사 강행 앞에서 제주도민 자존은 죽은 개다.

제주도지사가 제주해군기지 매립면허정지 청문기간 중 일시 공사 중지를 요청하자 정부는 즉각 “공사는 계속 강행할 것이며 제주도지사가 면허정지 처분할 경우 이를 국토부장관이 취소할 것” 임을 분명히 했다.
제주해군기지 찬성, 이것이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일관된 입장이다. 단,공사 강행으로 인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이를 요청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요청은 제주도지사, 제주도의회, 여야 제주정치 지도자들이 제주도민의 총의를 대신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거부했다. 제주도는 정부가 필요로 할 때만 존재하면 된다는 것이다.
제주도를 정부정책 시험용 리트머스 시험지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던 박재완 기재부 장관만도 못한 졸렬한 처사다. 다 쓰고 나서 용도 폐기된 리트머스 시험지는 이미 시험지가 아니다. 정부전용 제주도는 이미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가 아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먼저 제주해군기지의 진실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제주해군기지 계속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

2012. 3. 15.

전 제주도지사 신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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