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영 사장, "문화사회 구현 및 사회순화 기능에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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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회 영주신춘문예 수상자 김경순씨,  박은주씨,문제완씨.
인간중심 인터넷신문「일간제주」가 주최한 제5회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문학 작품을 선보인 제5회 영주신춘문예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이 지난 14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소재 삼해인관광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강현수 정드리문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한분순, 이승은, 이정환, 신필영, 박옥위, 박명숙, 박현덕, 서숙희, 이정환, 김동인, 오승철, 강문신, 변종태시인 및 김가영 수필가, 김동훈 박사 및 김정파 시인, 김영순, 문순자, 강영란, 송인영, 이경숙, 임태진, 이창선, 이윤희 변종태 시인 등 제주문인들과 수상자 가족, 친지등 60여명이 참석했으며, 양대영 사장의 기념사, 변종태, 이승은시인과 김가영 수필작가의 심사평이 있었으며, 당선작 시‧시조 낭독 및 당선자들의 당선소감 순으로 진행됐다.

양대영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인간중심 인터넷신문 일간제주는 신생 인터넷언론이지만 언론이 당연시해야 할 보도를 통한 사회감시기능을 다하면서 사회가 지향해야할 문화사회 구현에 앞장서므로써 언론의 사회순화 기능을 다하려 한다”며 “특히 인터넷 신문의 특성상 2012년 신춘문예 응모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까지 참여한 광범위한 행사였으며, 전국에서 700여편의 작품을 보내주신 작가 지망생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제5회 영주신춘문예에 시 325편, 시조 182편, 수필 231편 총 738편이 응모했다.

이날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 김경순씨(시 부문 당선)

우리들의 인사법法

-김경순-

1.

지문이 세면대 밸브에 쌓여간다
암묵적인 약속처럼
조심스럽게 잡고 올렸다 내리며 안녕,
밸브를 감싸 쥐고 그 위에 나의 지문을 포갠다, 새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매머드를 화석으로 만나듯
비 젖은 발자국에 서로의 무게로 깊이를 더하듯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매일 조우하게 되는 것일까.
만나지 않으려 이렇게 만나는 것일까.

안녕, 안녕,
헤어질 때와 같이.

2.

당신이 지나간 보도블럭을 밟았을 때
내가 사려던 책을 당신이 집어 들었을 때
한 소리에 동시에 고개를 돌렸을 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당신과 나도…

춥다는 핑계로 귀 접어 주머니에 넣고
입이 벌어져 있으면 자꾸만 우리는 말이 쏟아질 것 같아요,
아침마다 지우개로 입술을 지우던 나

당신과 나의 선들이 교차하던 순간
내가 웃었기에 당신은 울었다.

▲ 문제완씨(시조부문 당선)

아바타 한 켤레

-문제완-
 

잠이 깬 새벽녘에 물끄러미 바라보니
현관 쪽 신발들이 제 멋대로 잠들었다
고단한 입을 벌리고 코를 고는 시늉이다

늘 그렇게 아옹다옹 하루를 부대끼다
저들도 가족이라 저녁에 모여들어도
서로가 지나 온 길을 묻는 법 절대 없다

오고 가는 내 모든 길 묵묵히 따르느라
굽도 닳고 끈도 풀린 가여운 내 아바타여
부푸는 밤공기를 안고 나처럼 누웠구나

▲ 박은주씨(수필부문 당선)

허기

-박은주-

바바리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바리가 참 잘 어울렸다. 내가 살던 바닷가에서는 보기 어려운 세련된 외모에 키도 훤칠했다. 핏기없는 얼굴과 바람에 팔락이던 바바리 끝자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남자를 처음 본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늦은 점심으로 허기진 배를 막 달래고 났을 때 그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나를 보자마자 한 여자의 이름을 힘들게 뱉으며 아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집을 가르쳐달라 했다.
여자의 집에 도착한 그는 장승처럼 서 있었다. 한걸음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냥 보고만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집안을 기웃거렸다.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없다는 내 말이 그의 귀에 닿지 않았다. 누군가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는 대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창백한 얼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황토색 바바리 때문이었을까, 왠지 그가 바람을 업고 있는 흙벽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이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작은 동네를 흔들었다. 그 바람에 눈꺼풀 위에 앉아 있던 잠이 달아났다. 어른들은 잰걸음으로 소리를 따라갔다. 나도 뒤따랐다.
젊은 남자가 농약을 마셨다. 그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었다. 다급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발을 동동거리며 차가 오길 기다리는 사람과 달리 넋 나간 사람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의 옷을 잡아 흔들며 더 큰 소리로 울었다. 여자의 아버지는 집안 망신이라며 벼락같은 소리로 딸을 야단쳤다.
사람들 틈으로 쓰러진 남자의 옷이 보였다. 눈에 익은 바바리였다. 그 남자였다. 장정 몇몇이 그 남자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온몸이 뻣뻣하다며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소리치는 이도 있었다. 낮에 본 사람이 농약을 먹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동네 어른 한 분이 어린아이가 볼 것 못 된다며 나를 내쫓았다. 그날 밤 나는 몸이 돌덩이처럼 무겁고 뻣뻣해지는 무서운 꿈을 꾸었다.
다음 날, 어른들의 수군대는 소리가 내 귀까지 왔다. 그는 병원으로 갈 새도 없이 숨이 넘어갔다. 빈속에 약을 마셔 더 그랬다.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것을 본 사람이 있었다. 그가 우리 동네에 온 것은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서였다.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자 미리 준비해온 농약을 마셨다. 남자를 본 동네 사람들은 잘생긴 인물이 아깝다며 혀를 찼다. 어떤 사람은 여자네 부모를 흉보기도 했다. 둘은 결혼식만 하지 않았지 같이 살았다는 것이다. 그 말끝에 젊은 사람이 숨이 빨리 끊어진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남자가 마신 농약은 적은 양이라 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자식을 키우는 지금에야 그를 죽게 만든 것이 허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랑에 허기진 사람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고 했다. 그는 동네 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받지 못해 가슴에는 늘 차가운 허기만이 돌았다.
언니는 그 허기진 가슴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 같은 사랑을 주지 않았을까. 어머니, 그에게 허기를 준 사람이지만 한없이 그리운 존재였을 것이다. 그는 언니와 사는 동안 그리운 어머니를 만난 듯 행복했을 것이다.
그런 언니를 잃는다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아니, 또다시 허기진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는 게 무서웠을 것이다. 그에게 허기는 삶을 포기할 만큼 잔인한 것이었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바바리를 즐겨 입는다. 길을 가다 황토색 바바리를 입은 젊은이를 보면 그 남자가 떠오른다. 그의 허기진 얼굴이 잊히질 않는다.

▲ 제5회 영주신춘문예 시상식 시 부문 수상
▲ 제5회 영주신춘문예 시상식 시조 부문 수상

 

▲ 제5회 영주신춘문예 시상식 수필 부문 수상

▲제5회 영주신춘문예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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