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뉴시스 문화부장

   
 
지난해 6월27일 필리핀의 아키노(52) 대통령은 방송MC 그레이스 리(30·이경희)를 처음 봤다. 한국전력 세부 화력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한 아키노는 행사 사회자 리에게 매료됐다. 그녀의 미모를 대놓고 추어올렸다. 1회성 화제로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런데 12월23일 리는 아키노를 단독 인터뷰,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이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호감에 기초한 기브&테이크, 비즈니스 관계였을 수도 있겠다.

연말의 재회에서 아키노가 자신의 감정을 확인한 것일까, 올들어 이들은 급속 밀착했다. 1월 초 아키노는 리를 일종의 안전가옥으로 초대했다. 리는 다음날 점심까지 함께 먹고 별장을 나왔다. 이어 매일이다시피 아키노와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시내 음식점 등 외부시선 차단이 불가능한 곳도 개의치 않은 채 다정하게 드나들 정도다. 부드러운 남자 아키노는 비디오게임과 음악을 즐긴다. 술은 안 마시지만, 하루 세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헤비 스모커다.

리는 2007년부터 필리핀의 TV 호스트와 라디오 디스크 자키로 활약 중이다. ‘아키노의 애인’으로 국제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전까지는 산다라 박, 라이언 방, 샘 오, 진리 박 등과 같은 한국계 필리핀 연예인이었다.

리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당시 한국산 자동차를 수입판매하던 아버지를 따라 열 살 때 필리핀으로 이주했다. 학업을 마친 뒤 뛰어난 소통능력으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메이저 TV방송사에 이력서를 넣었고, GMA 네트워크에 취직했다. 매직89.9 라디오의 아침쇼에 출연하면서 한국의 뉴스채널 통신원을 겸하고 있다. 일요일 오전 리얼리티 요리쇼 ‘이터리아’, 주6일 방송되는 ‘디즈 이즈 잇’도 이끈다. 평일 TV뉴스의 코너앵커, 토요뉴스에서는 메인앵커다. 이 쯤이면 스타다. 커리어만 탐하지도 않는다. 마닐라 뉴라이프교회 유아반 교사로 봉사에도 열심이다. 흠 잡을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노이노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베니그노 아키노 III는 정치 명문가의 아들이다. 1983년 암살당한 베니그노 아키노 주니어(니노이) 상원의원이 아버지, 2009년 사망한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어머니다. 니노이 부부는 딸 넷과 1남 노이노이를 뒀다. 할아버지와 증조부도 일인지하 만인지상급 거물들이었다.

마닐라 태생인 아키노는 1998년 정치에 입문했다. 3선 하원의원, 상원의원 2년을 거쳐 자유당 대통령후보가 됐고 2010년 제15대 대통령으로 뽑혔다.

첫사랑은 물론 리가 아니다. TV리포터 코리나 산체스(48), 또 다른 TV리포터 베르나데트 셈브라노 아귀날도(36), 영화배우 다이애나 주비리(27), 변호사 샬라니 솔레다드(32) 등과 교제했다.

리는 성바오로대 부속고를 거쳐 아테네오 드 마닐라대를 졸업했다. MC가 되기 전에는 한국·필리핀 관련 이벤트MC와 통역으로 일했다. 아키노는 리의 대학선배다. 리는 커뮤니케이션학, 아키노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아키노도 정계 데뷔에 앞서 여러 회사의 영업, 광고, 관리 부서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리는 필리핀에 한국문화를 알리고 있다. 모국으로 출장을 와 지진희, 김래원, 정경호, 윤세아, 미나 등을 매우 어렵게 인터뷰하기도 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거꾸로 한류스타들이 리를 ‘알현’했다고 자랑하고 다닐는 지도 모른다.

아키노 대통령과 그레이스 리의 결혼설이 차츰 구체화하고 있다. 2월8일 아키노의 생일, 2월14일 밸런타인데이, 아니면 4월8일 부활절에 결혼을 발표하리라는 예상도 나돈다. 6년 단임제 대통령 아키노는 2016년까지 통치한다.

필리핀 헌정사상 최초의 미혼 국가원수인 아키노는 영부인의 손을 잡고 말라카낭 궁을 나올 것인가.[신동립 뉴시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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