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뉴시스 문화부장

   
 

음악 소비시장 변화에 따라 ‘레코드 회사’라는 것 자체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거의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신나라’ 정도다. 30여년 전 김기순(73)씨가 설립했다.

그녀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노래와 춤 그리고 웃음을 선사하는 종합 음반 기획·제작·유통 기업”이라고 신나라를 소개한다. 사실이다. 특히 한국의 음악을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킨 공로가 혁혁하다.

일제강점기 문화 말살정책, 제2차 세계대전과 6·25동란 탓에 이 땅의 사운드 기록은 대부분 소실됐다. 신나라가 이것들을 되살려내고 있다. 유성기(SP) 음반을 수집, 복각한다. 생존 명인·명창의 음반을 낸다. 나아가 국악에 뿌리를 둔 창작음악에도 주목, 현대화와 생활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온고이지신의 실천이 따로 없다.

그동안 전통문화 CD를 500장 이상 내놓았다. 국악은 당연하다. 이북의 ‘아리랑’, 신라 범종 80여종의 웅장한 울림 역시 신나라가 아니었으면 듣지 못했을 눈물이요, 감동이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를 비롯해 ‘꿈꾸는 백마강’ ‘선창’ ‘알뜰한 당신’ ‘타향살이’ ‘진주라 천리길’ ‘바다의 교향시’를 여전히 즐길 수 있는 배후에도 신나라가 있다.

SP와 국악·가요·클래식 LP 5만여장, 릴 테이프 3000여점, 음악 관련서 수천권, 축음기와 국악기 수백대 등 이 계통 보물들 또한 신나라가 찾아내 보호 중이다.

국악은 그러나 대중적이지 못하다. 돈벌이가 되는 분야가 아니다. 전통음악 사업에 관한 한 신나라가 항상 적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임원회의 때마다 “남지도 않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래도 김 회장은 대차대조표를 외면한다.

“어음을 긁지 않고 현찰 장사를 하면서 버티고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 눈에 안 띄고 표시가 안 나지만 나중에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한국의 정신, 무형 문화를 살렸다고…. 국가의 문화사업을 신나라가 대신하고 있다.”

신나라는 소리박물관 설계를 마쳤고, 800석 규모 공연장도 들이고 있다. 녹음 스튜디오까지 갖춘 완벽한 음악공간이다.

“우리는 술담배 안 하고 알뜰히 모으고 있다. 새벽 네시면 일어난다. 농장에서 생산하는 것만 먹으므로 돈 쓸 데도 없다.”

경기 이천시 대월면의 신나라 협업농장 얘기다. 1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산성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바꿔 미생물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경 이상향이다. 가장 선진적인 농촌이라 자부한다. 지진 등 어떤 자연재해에도 끄떡없는 철옹성 같은 곳이다. 외국에서 견학올 수준이다.

여기가 ‘아가동산’이다. 1996년 세상을 발칵 뒤집은 ‘사이비종교 교주’가 바로 김 회장이다. 당시 신자들이 김 회장을 아가라고 부르며 받든다고 알려졌었다. 그런데 아가는 베이비가 아니라 김 회장의 아호 아가(雅歌), 즉 우아한 노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신나라는 종교와 하등 무관한, 스타 김 회장을 추종하는 신바람 남녀들의 팬덤인가. “종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답변이다. 성경, 찬송가, 십자가, 예배의식은 아예 없다. 종교행위는 하지 않는다. 각자 제 마음의 하나님과 부처님을 믿고 살 따름이다. 도인이라고 해도 좋다. 토·일요일 없이 열심히 노동한다.

다만 “우주의 비밀을 아는 분이다. 영력이 탁월하다. 천상천하의 비밀을 보고 선견지명도 있다”면서 김 회장을 경외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제3자가 색안경을 끼고 볼 만한 구석은 있다.

과거 매스컴이 교주라고 칭할 무렵의 김 회장은 살인·사기 혐의도 받았다. 결론은 무죄였다. 조세포탈과 횡령 등으로는 죗값을 치렀다. 이런 유의 사건 종결처리 절차 그대로다.

현 시점의 신나라는 신명나게 기쁘게 즐겁게 기분좋게 어깻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근로자들의 공동체다. 어쨌든.[신동립 뉴시스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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