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뉴시스 문화부장

   
 

관용구처럼 익숙한 제목만 빌렸을 뿐 내용은 마광수의 동명 원작 시나 시나리오와 무관하다시피하다. 유명작품에서 모티프만 따왔다는 드라마, 영화와 마찬가지다. 시 도입부인 ‘만나서 이빨만 까기는 싫어. 점잖은 척 뜸들이며 썰풀기는 더욱 싫어.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휠링. 가자, 장미여관으로!’ 만큼은 그대로다.

이 순간 서울 대학로 비너스 홀은 연극 상연장이 아니다. 대실전문 모텔 혹은 유흥업소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남녀는 손님이지 관객이 아니다. 연극이라는 예술형식으로 포장, 객석의 관음증을 희석하는 절묘한 경계의 음란상품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센세이셔널리즘과 외설의 정수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와 달리 연극은 자체가 3D인 격이라 자극도는 몹시 강할 수밖에 없다.

연극과 뮤지컬을 뒤섞은 이 러브호텔 룸 이야기의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다. ‘신정아’, ‘장자연’, ‘여교사와 남제자’ 사건을 리얼하게 되살렸다.

‘실장님’과 관계를 맺는 여배우의 배역명은 아예 ‘정아’다. 교수직 제의, 미술관, 택시 성추행,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폭로하는 책까지 상세히 언급된다. 또 다른 여우는 회장, PD 등 자신이 성접대했다는 31명 리스트를 들먹인다. 유서를 쓰고 목숨을 끊은 탤런트가 즉각 연상된다. “하루 열 세 번”, “엄마 제삿날에도” 운운하며 누구를 연기하는지 스스로 친절히 알려준다.

유부녀 교사와 남제자는 몇 술 더 뜬다. 서울 화곡동 30대 담임여성과 남학생의 성행위 장면은 명실상부 포르노그라피다.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선생님은 제자를 상대로 이리저리 포지션을 바꿔가며 1·2층 구조의 무대를 누빈다. 실화 속 제자는 중3이나 극에서는 졸업생, 미성년 아님으로 설정하는 묘수를 썼다.

그럴싸한 주제를 앞세워 소재들의 당위성을 강변하며 양다리도 걸친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돌을 던질 수 있는 자 누구인가, 뭐 그런 유다. 불행 끝, 행복 시작 주문인 “카스토 폴룩스”를 뚫어져라 지켜보는 객석에 주입한다. 알몸 섹스신은 사회비판과 세태풍자를 위한 수단이요, 나무일 따름이니 극의 목적과 숲을 헤아리라고 요구한다. 꽤 주효했는지, 볼 것 다보고 나오는 이들은 면죄부를 1매씩 받은 듯 남들의 눈치를 덜 본다.

마광수는 ‘사랑은 오직 순간으로 와서 영원이 되는 것. 난 말없는 보디 랭귀지가 제일 좋아. 가자, 장미여관으로!’라고 외쳤다. 동시에 ‘철학, 인생, 종교가 어쩌구저쩌구. 세계의 운명이 자기 운명인 양 걱정하는 체 주절주절’이라며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연극은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며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둘렀다.

마광수는 “우리는 잠깐만이라도 모든 세속적 윤리와 도덕을 초월하여 어디론가 도피함으로써 자유를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상상의 장미여관을 차렸다. “그 달콤한 음탕과 불안한 관능이 숨쉬는 곳, 거기서 우리는 비로소 자연의 질서와 억압에 저항하는 관능적 상상력과 변태적 욕구를 감질나게나마 충족시킬 수가 있고, 우리의 일탈욕구를 위안받을 수 있다”며 다행스러워했다.

마광수같이 솔직해지자니 이 상업극은 불안했다. 현 시점 무대공연계에서 여배우를 완전히 벗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획자라고 자부하는 강철웅은 연극연출가라는 명함을 찢기 싫었나보다.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공연(公然) 음란죄, 즉 공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해 성적 도덕감정을 해치는 죄가 자행되는 밀실일 수 있다. 처벌이 가능할는 지는 모르겠다. 뜬금없지만 소설·영화 ‘도가니’와 관련, 작가 공지영을 조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최신례도 있다.[뉴시스 신동립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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