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주연 배우 이민정이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더풀 라디오'는 한때 국민요정이었던 신진아(이민정 분) DJ가 폐지 직전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새 PD 재혁(이정진 분)과 만나 좌충우돌 성장해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았다.

보고 있노라면 문득 사랑하고 싶어진다. 그녀와 사랑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큰 행복은 없겠지만, 그녀가 아니라면 억울해서라도 당장 누군가와 사랑을 해야 할 것 같다.

사랑의 마음을 일깨워주는 그녀, 바로 영화배우 이민정(29)이다. 대중은 그녀를 두고 ‘여신’이라고도 칭하고, ‘~미녀’라는 찬사도 아끼지 않는다.

1월5일 개봉하는 이민정의 새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권칠인(51) 감독은 12월6일 제작보고회에서 “여신을 지상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 이민정이 열연한 ‘신진아’의 수수하고 털털한 면이나 매니저 ‘차대근’(이광수)에게 생떼를 부리는 귀여운 악녀의 모습 등은 이민정이 그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그녀를 더욱 ‘신성’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빙자해 ‘이민정 신화 정지 프로젝트’를 벌이기로 했다. 표면상으로는 독자를 위한 이민정의 진면목 확인이다. 그러나 2009년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의 여자친구 ‘하재경’ 이래 내가 빠져든 이민정의 신성한 매력에서 헤어나오는 것이 본심이었다.

12월 말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마주 앉은 이민정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여신’이라는 수식어에 관해 어찌 생각하느냐고. 그러자 “그런데 그 말은 어디서 나왔죠?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겠지만 아닌 것 같아요”라고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불러주시니 정말 감사하죠”라며 싫지 않은 표정이다.

‘모태미녀’, ‘쇄골미녀’, ‘강남 5대 얼짱’ 등 그녀를 ‘미인’으로 치켜세우는 표현이 차고 넘치는데 착안해 “예쁘다는 말을 들으며 연예인의 꿈을 키웠느냐?”고 대놓고 물어봤다. “예쁜 건 연예인에게는 중요한 것일지 모르지만 연기와는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고 일축한다.

   
▲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주연 배우 이민정이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더풀 라디오'는 한때 국민요정이었던 신진아(이민정 분) DJ가 폐지 직전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새 PD 재혁(이정진 분)과 만나 좌충우돌 성장해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았다.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다니며 연출자의 꿈을 키우다 3학년 때 우연히 오른 연극 무대에서 연기에 매료된 뒤 25세에 늦깎이 데뷔해 한 눈 팔지 않고 배우의 길을 걸어온 자부심의 발로다. 그러면서 미모에 있어 무한자유를 누렸을 것 같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돌아보면 어렸을 때 사람들이 ‘예쁘다’, ‘예쁘다’ 이러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중고교 시절 사진만 봐도 볼살이 터질 것 같거든요. 그때는 ‘이게 뼈가 아닐까?’하기도 하고, ‘잘라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고민덩어리였죠. 어른들이 스무 살 정도면 볼살이 빠진다고들 하는데 저는 스물 다섯살이 돼서야 빠지더라구요. 이제는 볼살이 많이 빠졌다는 것이 느껴져요.”

최근 주얼리 브랜드 ‘스톤헨지’ 광고모델로 나서면서 다시금 부각된 ‘쇄골미인’이라는 호칭에도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았다. “제가 원래 뼈가 좀 크거든요. 무릎 뼈, 복숭아 뼈 같은 것들이요. 여자는 뼈가 가늘어야 좋은데 말이죠. 그래서 쇄골도 좀 나온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부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되게 싫네요.”

아… 탈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아껴뒀던 메가톤급 질문을 던졌다. “결혼은 언제쯤 할 거에요?” 뭇 남성들의 앓이에 종지부를 찍어줄 것은 역시 여신의 결혼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혼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하려고 해요. 보통 여자들은 ‘몇 살 전에 가야지’ 그러는데 저는 안 그렇거든요. 평생 함께 할 사람을 만나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하죠. 결혼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를 찾는다? 그것은 아닌 것 같아요.”

   
▲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주연 배우 이민정이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더풀 라디오'는 한때 국민요정이었던 신진아(이민정 분) DJ가 폐지 직전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새 PD 재혁(이정진 분)과 만나 좌충우돌 성장해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 말은 안 들었어야 했다. “만일 결혼할 사람이 끝까지 나타지 않는다면 안 갈 생각도 있답니다. 이상형이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면 돼요. 나이 차이는 위아래로 10살 이상도 상관 없어요. 참, 미성년자는 빼고요. 호호호.”

할 수 있는 한 예쁘게 포장하고, 될 수 있는 한 감추게 마련인 여배우임에도 콤플렉스를 솔직히 고백하고 다른 사람들의 매력을 인정하는 모습에서 ‘여신’, ‘미녀’ 등 질시의 타깃이 될만한 극찬을 받는 그녀에 대해 어째서 여성들마저 색안경을 거두고 사랑하게 됐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권 감독에 이어 나 또한 ‘이민정 신화’를 깨뜨리는데 실패했을 뿐더러 그녀에게 더욱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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